
9월에 이어 10월에도 홍콩에 다녀왔다. 홍콩에 뭐 숨겨뒀냐 물으면 맞다고 하겠다. 고층빌딩을 보면 뛰는 심장을 숨겨뒀다. 빌딩들은 매일 마주하면서도 언제나 설렜다.
바로 한 달 전에 3박4일을 머물렀으니 이번에도 3박4일 정도 머무르면 충분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니다. 아직도 여러 측면에서 보지 못한 많은 빌딩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앞으로도 비행기와 호텔이 싼 때가 있으면 종종 방문할 예정이다.
그렇게 열댓 번쯤 왔다 갔다 하면 아무 아쉬움도 남지 않으려나?


홍콩이 아쉽고도 아쉽지 않은 점이 하나 있다. 음식이다.
홍콩의 음식은 대만의 것보다도 입에 맞지 않는다. 따지자면 둘이 비슷하게 안 맞지만, 홍콩은 와중에 값비싸기까지 해서 만족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살아오는 내내 회를 좋아하지 않는데 회가 비싸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마음과 비슷하다. 돈을 아낀 기분이 든다.
괘씸한 건 다른 여행보다 덜 먹어도 여튼 비싸긴 드릅게 비싸단 점이다.



도착하자마자 먹은 국수 한 그릇과 밀크티 한 잔의 값이 224 홍콩 달러. 한국 돈으로 자그마치 4만 원이었다. 다음 날부터 잘 차려 입은 사람이나 데이트 하는 커플이 많은 밥집은 피했다. 호텔 조식과 포장을 주로 하는 가게에 자주 기웃거렸더니 밥 먹고 분통 터질 일은 생기지 않았다.
비싼 밥을 먹고 분통이 터진 이유는 없는 살림에 여행을 떠나왔기 때문이다. 아끼기 위해 1박에 5만원도 하지 않는 저렴한 호텔방에서 지내며 여행했다. 청결에 있어 여러 부분이 찝찝하지만 와중에 침구는 깨끗하고 여러 시설은 잘 갖춰진 신비로운 호텔이었다. 다음에 홍콩에 올 때도 가난하다면 꼭 다시 묵을 예정이다.



빌딩 숲속을 누비는 것 외엔 다른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싼 밥값, 찝찝한 호텔방도 다 괜찮았다. 오히려 감사하기까지 한 점은 시월의 홍콩이 꽤 선선하다는 거다.
정확히 4주 전에 방문했을 땐 더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심지어 태풍이 몰아치는 날이었는데도 더웠다. 하지만 10월 초 홍콩은 꽤 돌아다닐 만하다. 물론 걸으면 이마와 등에 땀이 맺히지만 여행지에서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밤이 되면 선선하기까지 해서 걸으면서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날씨에 대한 감상이 이런 데엔 지난 달 홍콩에서 겪은 극악의 더위, 가벼운 마음과 주머니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또 이 계절에 홍콩을 찾았을 때 날씨에 대해 어떤 감상을 내릴진 또 모르겠다.


작년에 솟아난 대만을 향한 사랑의 불씨가 자연스럽게 홍콩으로 옮겨붙었다. 대만을 여행하며 항상 홍콩은 어떨지 상상했는데 상상 이상이다. 앞으로 홍콩에서 트램에 올라 타 입을 떡 벌리고 다닐 날이 며칠이 될지 모르겠다.
늦은 여름 같던 10월의 홍콩,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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