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와 빨래 말고도 중요한 일과가 생겼다.
고낙이는 소현이가 선물해준 고수 화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과 방충망을 모조리 열어 고낙이를 창가에 올려둔다. 그리고 물을 준다. 매일 아침마다 눈에 띄게 고낙이가 자란 모습을 확인하는 게 매우 즐겁다. 내가 잠든 사이에 혹여 시들었을까 매일 불안해하며 잠든다. 하지만 우리 고낙이는 매일매일 무섭게 자란다. 저녁에는 아침보다 더 자라 있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내가 고수를 좋아해서도 좋고, 씨앗부터 새싹이 되기까지 매일매일 지켜봐서 더 좋다. 내가 해준 거라곤 창가에 올려놓고 물을 준 것뿐인데 너무 귀엽게 잘 자란다. 사랑해 고낙아~
고낙이는 윤진이가 붙여준 이름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의 준말이다. 그리고 고수라서 고씨다. 고낙이를 부를 때마다 이름의 기운이 너무 긍정적이어서 참 좋다. 끝내주는 작명을 해준 윤진이에게 참 고맙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밝은 미래가 내 것이길 바라면서 부른다. 물론 낙이 오려면 고생부터 해야하는데 아직은 고생을 안 하고 있다. 어서 기꺼이 고생하고 찾아오는 낙을 맞이하고, 자란 고낙이도 먹고 싶다. 이렇게 귀엽고 애틋한 걸 먹는 게 잔인한가 싶...................지 않다. 어서 라면이든 떡볶이든 생으로 씹어먹든 맛보고 싶다.
여튼 고낙이 들여다보는 재미가 매일매일 쏠쏠하다. 고낙아~ 무럭무럭 자라라!

커피 구독 덕분에 아침부터 활기차다.
9월 6일부터 뚜레쥬르 커피 구독을 시작했다. 한 달에 19,900원이고 시작일로부터 매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다. 고낙이에게 물을 주고 나면 모자를 눌러쓰고 커피를 받으러 간다. 수유역 뚜레쥬르까지 왕복 10분 정도의 여정이다. 아주 짧은 거리이지만 아직 잠에서 덜 깬 몸과 머리를 맑게 해주기에는 충분하다. 나갈 때마다 분리수거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뚜레쥬르를 왕복할 때는 꼭 겁나 신나는 노래다. 요즘은 Super-M의 호랑이를 듣고, 가끔 샤이니, 가끔 인피니트, 가끔 갓세븐, 자주 스트레이키즈의 노래를 틀어놓고 왕복한다. 손에 커피도 들려있고 신나는 노래도 들으니 룰루랄라 아침부터 신이 난다. 요즘은 매일 날씨까지 좋아서 더 신이 난다.

오늘까지 스물 다섯 잔을 마셔서 뽕을 뽑을 대로 뽑았다.
덕분에 매달 13만원을 초과하던 커피 값이 5만 원 밑으로 내려갔다. 돈도 아낄 수 있고 신나는 아침을 만들 수도 있는데 단돈 19,900원이라니 너무 감사하다. 매일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꼭 구독을 신청해봤으면 좋겠다. 추석 동안은 부천 집에 가있을 예정이라 서른 잔을 꽉 채우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그치만 지금까지 마신 것만 해도 한 잔에 796원이니 크게 아쉽지는 않다. 다음 달에도 신청해야지.


안락의자는 내 집에 가장 최근에 생긴 가구다.
집들이를 온 고서연조혜연주민희가 사줬다. 원래 시월 용돈을 받으면 사려고 봐 둔 거였는데 친구들이 먼저 사줬다. 개꿀. 아침에 커피를 받아오면 안락의자에 앉아서 마신다. 제목도 모르는 재즈곡을 유튜브뮤직으로 대충 검색해서 틀어놓고 마신다. 저기에 앉으면 누나가 다니던 캠퍼스가 훤히 보인다. 아름다운 캠퍼스와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아따마 양평 언저리 감성 카페가 따로 없다. 어제는 수업을 듣기도 했고 김금희의 새 소설 '복자에게'를 다 읽어냈다. 책 읽는 공간이 따로 생긴 느낌이다. 덕분에 잘 읽지 않는 책을 술술 읽는 습관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개이득
여섯 평짜리 방이지만 잘 살아보고 싶다.
한 평 한 평 공간을 쪼개 각 공간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들 거다. 그러면 좁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도 조금 해소되고 일의 효율이 더 올라갈 것 같다.
열심히 사는 법 연구가로서 열심히 살 궁리를 꾀하는 중이다.
아직 열심히 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조금씩 내 하루를, 나를 나아지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늘리다보면 열심히 살게 될 것만 같다. 고낙이 재배에 성공하면 루꼴라와 바질도 키우고 싶고, 멋있는 고무나무도 키우고 싶다. 책상과 안락의자를 오가며 수업도 더 집중해서 듣고 싶고 영화나 드라마도 더 집중해서 보고 싶다. 아직은 준비 단계이지만 이렇게 내 하루를 조금씩 더 좋게 해주는 것들 덕에 금방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아싸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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