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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하루의 면면

새 호텔에 묵고 뛰어보자 팔짝 - 파르나스 제주

by 루트팍 2022. 11. 1.

 

  파르나스 제주에 묵고 왔다. 신라호텔에 들를 때마다 지금의 파르나스 제주의 EAST동을 보며 대체 저 건물은 언제 다시 쓰나 궁금해했다. 몇 달 전 또떠남 선생님의 리뷰를 보고 드디어 새로 개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묵는 날만을 고대했다. 

 

  마침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생존을 위한 여행이 필요했던 현호를 꼬셔 가게 됐다. 친구의 괴로움을 이용해먹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기는커녕 이게 사람 하나 살리는 길인 것 같아 신이 났다. 현호에겐 새롭고 안락한 환경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파르나스 제주였으니까.

 

 

 

  일단 방부터 얘기하자면 비좁다. 사방팔방으로 객실이 있는 EAST동은 중앙은 로비라운지로 뻥 뚫려있어 객실이 넓을 수가 없는 구조다. 내가 묵은 딜럭스 트윈은 침대와 책상이 겨우 놓여있고 두 사람의 캐리어를 펼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알차다. 수납이 잘 구획되어 있고 화장실을 좁게 빼지 않아서 이용에 답답함이 전혀 없다. 더구나 뻥 뚫린 바다를 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기 때문에 답답하면 당장이라도 테라스로 두 발자국만 움직이면 된다. 테라스에서 코가 시릴 것 같으면, 객실 문을 열어 천장까지 뻥 뚫린 로비를 내려다보면 된다. 베딩과 시설들이 새것이라 아쉬울 게 하나 없었다. 사진을 제대로 찍을 겨를도 없이 작은 객실의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맥도날드까지 도보로 왕복을 하며 칼로리버닝(네?)을 하고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현호가 몸을 날려 기가 막힌 선베드를 차지한 덕에 무릉도원에 온 기분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파르나스 제주의 핵심은 바로 인피니티풀인데, 뜨거운 볕이 드는 자리에 누워 멀리 바다를 보니 아주 짜릿했다.

 

 

  흥을 돋우기 위해 술이 필요했고, 마침 풀사이드바에서 진행하는 해피아워 프로모션이 있길래 현호를 꼬드겨 참여할 수 있었다. 인당 4만 8천 원에 세 종류의 칵테일을 끝없이 제공해주는데 덕분에 전투적인 수영과 음주를 함께할 수 있다. 이 돈이면 디너 뷔페(인당 14만 원인데요)에 가겠다는 현호를 설득(강요)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그 노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선베드에 누워 눈을 감고, 듣는 사람도 없는데 계속해서 '물 온도 어떠세요? 물 온도 어떠세요?' 했다. 지금 떠올려도 꿈만 같은 시간이다. 밤에는 나가서 저녁밥을 먹고 신도시 아재들과 피식쇼를 보며 눈물을 쏙 뺐다. 취해서인지 정말 눈물이 나도록 계속 웃다가 잠들었다.

 

 

 

 

  아침엔 파르나스 제주의 '또 하나의 심장' 조식을 때려먹으러 갔다. 정말 기대가 컸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자 직원 분께 새장처럼 생긴 공주 자리에 앉겠다고 요청했다. 음식을 채운 접시를 바쁘게 자리로 옮기면서 현호를 마주칠 때마다 어느 섹션엔 무엇이 있는지 전달했다. 넓지도 않은 음식 구역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기쁘게 정보전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왔노라보았노라먹어보아라 하면서 즐겁게 밥을 먹었다. 주기적으로 가서 밥을 먹고 싶을 만큼 너무 맛있었다. 얼마 전에 먹은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조식과는 비교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지금도 상상하면 위가 쓰릴 정도로 맛이 좋았다.

 

 

  파르나스 제주의 기억은 수영장과 조식으로 대표되는데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좋았다. 동쪽 건물의 로비가 짱 멋있다는 점, 호텔의 3층 중앙에 아주 멋있는 조경이 있다는 점, 식후 산책으로 딱인 정갈한 산책로가 있다는 점, 호텔에서 어디로 고개를 뻗어도 망망대해가 있다는 점 등등. 내년 봄이 되면 뜨거운 볕을 맞으며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