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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우발적 글쓰기

생일 축하하고 너도 나도 안녕하기를

by 루트팍 2025. 4. 26.


다솜이와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연락한다. 이 연락은 대개 4월 8일로 그 일정까지 미리 고정되어 있다.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나 꽤나 오래 전부터 각자 자신의 생일이 되면 서로에게 축하를 전해왔다. 어쩌면 자동응답기 같은 이 짧은 몇 문장에 올해는 온 마음을 담았다. 왜냐하면 이 축하가 정확히 다솜을 향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환히 비추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다솜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 이토록 기껍다면, 나를 향한 축하와 응원도 어쩌면 사치가 아닐 것 같았다. 일 년에 한 번 뿐인 생일인데 아무리 넉넉한 축복과 축하도 아무렴 과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신이 났다.

조용한 축하를 서로 나누니 마음이 아주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귀한 어떤 걸 내 손에 쥔 기분도 들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큰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긍정이 모조리 지배해버린 마음은 아마도 아주 오래 전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다솜을 처음 알게 된 시절부터 그는 내게 신비롭고 흥미로운 이미지였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원래 좋아하는 조용한 사람이어서?아주 가끔 마주쳐 밝은 인사를 하는 사람이어서?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다솜과는 특히 가깝게 지낼 일이 없어 그 이미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 얇고 얕은 이미지도 오랜 세월을 거치니 근사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여러분, 자신과 생일이 같거나 근처인 친구와 축하를 나누어보세요. 꽤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시도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