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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우발적 글쓰기

런던베이글뮤지엄 제주, 불쾌하고 찜찜하다

by 루트팍 2023. 5. 8.

 

 

  제주에 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에 갔다가 뿔이 단단히 나서 돌아왔다. 불쾌함과 찜찜함이 주된 감상인데, 이틀 동안 이걸 내가 왜 느끼고 있는지 생각하는 중이다.

  일단 그 공간은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기꺼이 두 시간의 기다림을 감수한 손님이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것은 개 큰 음악소리다. 진짜 개썅 크다. 베이글이 눈앞에 잔뜩 널브러져 있는데도 그건 보이지 않고 음악 소리가 크다는 생각만 할 수 있었다. 곧바로 '지금 막 들어온 나도 고통스러운데 하루종일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견디지?'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베이글을 사는 곳과 먹는 곳이 분리되어 있는데, 두 공간 다 귀가 터질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맞춰 큰 목소리를 내어 떠들기 때문에 음악과 고함에 가까운 말소리를 같이 견뎌야 한다. 혼이 빠진 채로 먹어도 베이글과 크림치즈는 맛이 좋았다. 왜냐하면 그건 원래 맛있는 조합이다. 원래도 이 음식이 주는 기본적으로 주는 만족감에 비해 조금 더 맛있으니, 이 점만은 아주 칭찬할 만하다.

  주문과 착석 방식이 복잡하다는 점도 불쾌함을 더한다. 대기를 하다가 순서가 되면 1) 위층에서 대기번호를 확인을 받고, 2) 아래층으로 내려가 자리를 확정받은 후에, 3) 다시 위층에서 베이글을 골라잡아 계산하고, 4) 트레이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까 맡아둔 자리에 앉아 베이글을 먹으면 된다. 기다림, 정신없음, 그다음은 불편함이다. 이용객에 비해 적고 열악한 환경의 화장실은 불편한 요소에 낄 필요도 없다. 이 부정적인 감각들을 연타로 맞고 나니, 여기서 10배로 맛있는 베이글을 판대도 다시 와볼 마음이 없다. 

  무엇보다 손님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직원들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친절한 문장을 내뱉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이 안쓰럽다. 하루 온종일 그 시끄러운 음악에 노출될 그들의 귀가 너무 걱정된다. 그 환경에서 매일을 격무에 시달릴 그 직원들이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으시길. 앞선 여러 다른 매장을 성공적으로 오픈하신 대표님들이, 이런 환경을 조성해 놓고는 주머니를 두둑이 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찜찜하다.

 

  일하는 사람도 찾아간 사람도 편치 않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제주, 존나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