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료 시간에 의사 선생님이 모든 사고와 결정의 중심에 나를 두라고 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게 결국엔 잘 사는 길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너무 이해가 되는 말이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되게 흔한 말 같아서 경계를 하다가, 결국엔 크게 공감했다. 송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을 시절에 나를 더 칭찬하라거나 너그러워지라는 말들을 듣고도 그랬다.
어려서부터 자기계발서는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같아서 괜히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싫어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젠 아주 비슷한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나, 자기 계발서에 나올 법한 말 좋아하네. 과거는 있었고 나는 지금에 있다는 되게 간결한 문장을 여러 방식으로 들었더니 머릿속이 한결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머리가 맑아지는 건 콘서타의 도움이기도 하겠지만 의사 선생님들의 말도 분명히 도움이 됐다. 맞겠지?
과거의 찌꺼기는 최대한 빠르게 긁어모아 버려버리고 지금의 나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이걸 미션으로 받았는데, 아마 어렵겠지만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가 들기도 한다. 처음 상담을 받고서 그냥 잘 살고 싶었다고 마구 울었던 기억이 난다. 잘 사는 게 뭔지는 몰랐지만 여튼 그게 너무 하고 싶어서 여러 시도들을 했고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것 같아 슬펐다. 그런데 지금에 있는 나를 최선의 상태로 이끄는 것 정도가 잘 사는 거라면 충분히 해볼 법한 일인 것 같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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