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탁자에 앉아 글을 써본다. 5월 말에 제주도에 내려온 후로 아주 바쁘게 두 달을 지냈다. 한 달 동안은 두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는 한 곳에서만 일을 한다.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톰톰카레다. 지금이 되기까지 여러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아주 조금 놓인다. 짧은 시간 동안 아주 많은 일을 겪고 많은 감정을 느끼며 살았다. 그럼에도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 돈을 벌면서 이 모든 걸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트레스와 해방감을 가장 크게 느낀다. 아주 랜덤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각기 다른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아주 크다. 그래도 다행인 건 큰돈을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다는 해방감이 있다. 이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보정해준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깔리는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이걸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열심히 고민해야겠다. 쉬는 날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누워있었는데 오늘은 겨우 밖으로 나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두 주간 쉬는 날마다 노트북과 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나가서 완독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는데, 계속 실패하다가 오늘에서야 이뤘다. 평화롭고 좋다. 지금 내가 있는 홀라인 2층 라운지에 나뿐이어서 그런 걸수도?
모든 직장인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이미 이런 것들을, 혹은 이보다 더한 것들을 매일 겪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절로 존경심이 솟는다. 나야 매일 얼굴을 바꾸는 손님들이 주는 스트레스라지만, 매일 같은 얼굴이 정도만 다르게 해서 스트레스를 준다면? 존경을 더 드려야겠다.
내가 너무너무 힘이 들면서도 좋은 건 많은 사람들이 좋은 행동과 말로 기쁨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톰톰카레라는 이 작은 사업장에서 그런 일이 얼마나 있겠냐 하겠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너무나 배려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나 손님들이 내가 하는 괜한 말에도 크게 웃어주는 때가 꽤나 있다. 특히 사장님이 졸라 웃긴 사람이라서 좋다. 거친 말에 그렇지 못한 태도. 말은 무심하거나 못된 척을 하거나 모든 행동에 배려와 장난기가 묻어있어서 사람을 폭소하게 만든다.
몸을 움직여 일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목표는 달성했다. 와중에 부침은 꽤나 있었지만 매일매일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사는 게 아직까진 재밌다.
'용두사미 > 우발적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전 = 죽고 싶은 마음 + 살겠는 마음 (2) | 2023.03.18 |
---|---|
그만 잘 살아보기로 했다 (0) | 2022.08.30 |
콘서타 복용이 부른 쾌재, 완독 (0) | 2022.05.03 |
자연스럽기 힘들다, 팬케익 요리사 될 뻔한 사연 (0) | 2022.03.30 |
읽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작가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0) | 202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