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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우발적 글쓰기

읽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작가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by 루트팍 2021. 12. 14.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고 박상영 선생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번엔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었는데 이 또한 졸라 재미있었다. 이전에 누가 박상영의 책을 읽어보았냐고 물으면 내 취향이 아니라고 대답했었는데, 실은 취향인지 아닌지 모르는데 아무렇게나 대답한 것 같다. 자이툰 어쩌구 파스타 어쩌구....만 읽어보았는데 그때 별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안 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후로 쭉 박상영 선생님에 대한 기대감이나 흥미가 없었다. 두 작품을 연달아 읽고서는 고작 단편 하나 읽고 취향이네 아니네 한 나 자신이 매우 원망스러웠다. 지난여름 박상영 선생님의 에세이를 깔깔거리며 단숨에 읽어놓고도 소설은 읽어볼 생각을 안 했다니. 멍충~멍충~




두 책 다 책 속의 에피소드들이 내 일인 양 웃었다 찡그렸다 탄식했다 감탄했다 하면서 읽었다. 마음이 높이 출렁이면서도 계속해서 궁금한 책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살면서 이런 책들을 몇 번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귀한 경험이다. 가끔 이렇게 읽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안도감을 느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구나, 근데 그 사람이 존나 웃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도 내게 너무나도 생생했는데 <1차원이 되고 싶어>의 윤도, <재희>의 재희, 그리고 곳곳의 규호까지 내게 있는 것도 같고 있었으면 하는 인물들이다. 커다랗고, 투명하게 사랑했고, 사랑하는 인물들.





화자와 다른 인물들의 대화들이 특히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 이유가 화자의 말이 박상영 씨의 말투와 목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서 박상영 씨가 나온 에피소드나 박상영 씨가 언급되는 에피소드는 모조리 개웃기기 때문에 모조리 수 번을 들었다. 거기서 말하는 일화와 인물들(특히 엄마)에 대한 묘사가 책에도 고스란히 있어서, 자연스럽게 내게 화자는 박상영 씨였다. 팟캐스트 몇 번 돌려 들었다고 박상영 씨가 내겐 친구 어쩌고 같았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 있게 이야기들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미소를 머금고 읽다가 박상영 씨의 말투와 완벽히 겹칠 때 빡빡 웃었다.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이 맞을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였다.


K가 내게 이 책에서 나온 광어와 우럭 이야기를 내게 해주어서 미리 사두었고, <1차원이 되고 싶어>를 다 읽자마자 읽었다. 'K와 내 이야기일 수도 있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유쾌하게 읽었다. 모두 지난 연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어딘가 쓸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뭐.... 많이 웃었으니까...... 아니 그만큼 많이 찡그리기도 했는데....... 아니 그래도 일단은 진행 중인 내 관계를 실컷 대입하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럼 된! 거! 야! (가비 선생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