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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우발적 글쓰기

아이패드 에어4 언짢다

by 루트팍 2021. 1. 20.

 

아이패드에어4 스카이블루

 

아이패드를 샀다.

 

정확히는 누나선배가 사줬다. 매형선배가 애플 펜슬도 사줬다. 교육 할인 스토어에서 에어팟을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아이패드를 사지 않아서 손해를 보고 사는 것 같은 망상에 시달렸다. 괜히 유튜브에서 아이패드 영상을 찾아보니 손이 벌벌 떨려 누이에게 연락했다. 엄빠, 누이, 나 모두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물건이 사고 싶다는 이유 따위로 연락하기가 쉽지 않은데, 최근에 자주 주고받은 주식이 좋은 밑밥 되어주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애플 주주가 아니었기 매끄럽게 아이패드 이야기로 넘어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대뜸 프로모션의 모든 디테일들을 설명하고 나서 가격까지 설명했다. 그는 이미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마치 내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설명했다.

 

 

 

내림굿 해주실 무당찡 계신지요

 

 

귀신 같이 내 말을 알아들었다. 티났나?ㅎ 여하튼 그렇게 누이선배가 사주게 됐다.

 

너무 감사해서 작은 휴대폰 화면에 대고 여러 번 절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매형선배가 애플 워치는 필요 없냐며 새로운 오퍼를 줘서 거절했다. 대신 반의 반의 반값인 애플 펜슬은 어떻냐고 되물었다. 이런 걸 양심이라고 하는 게 맞나?ㅎ

 

두 분 모두에게 고.미.사.(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배송을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가로수길에 달려가서 픽업해왔다.

 

집에 돌아와 패드며 펜슬이며 마구 뜯어 구경했다. 일단 아이패드 에어4 스카이블루 색상은 매우 아름답다. 그냥 들여다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깔이다. 하지만 뒷면만 그 색깔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려면 아이패드를 쓰지 않고 보고 있어야 한다. (현재 맥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고 옆에 뒤집어놨다.) 또,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유튜브에 아이패드 사용법, 아이패드 필수 앱 이런 걸 찾아보며 아이패드 활용 최강자가 될 것처럼 전투적으로 아이패드 설정을 바꾸었다.

 

각종 영상으로 정리짱, 계획 짱, 필기 짱, 그림 짱, 캘리그래피 짱 온갖 아이패드무림의 고수들의 팁을 하사 받고 앱스토어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다운 받았다ㅎ 네?

 

 

아무리 메모장이라지만 내 악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언짢아졌기 때문이다.

필수템 굿노트를 구매하기 전에 메모장으로 내 글씨 쓰기 솜씨를 뽐내려 했다가 기분이 아주 상해버렸다. 굿노트어쩌구, 프리크리에이트어쩌구, 루마퓨전어쩌구 등을 사고 싶은 마음이 순식간에 휘발됐다. 0과 1의 세상에서 만난 아이패드 유저들은 간지 나는 글씨체로 스티커며 그림이며 마구 추가해가면서 필기를 하던데.... 그래서 산 건데........ 나는 아이패드가 내 악필도 교정해주는 간지템 유용템인 줄 알았다. 애플에게 이 언짢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

 

'내 마음을 다치게 한 죄, 안 된다?(레오제이 브이로그 참조)'

 

 

모던패밀리 '필 던피'

 

 

일단 넷플릭스와 유튜브 사용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기일전하여 필기 신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곧 뻐렁치는 필기, 그림 등으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