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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4

꽃의 이름이 지나면 가을은 문을 열고, 9월 제주 여행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멀리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 자주 든다. 보통은 책 한 권을 챙겨 창덕궁 옆에 있는 프릳츠에 다녀오는 정도로 해결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걸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정민이가 제주도 여행을 기획 중이라길래 옳다쿠나 하고 제주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 머무르게 됐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갔다. 나는 한 시간보다도 훨씬 더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한다. 활주로가 보이는 곳에 앉아있기 위해서다. 수색대를 지나 직진하면 카페 빌라드샬롯이 있다. 올해 한 네 차례의 제주 여행 모두 이곳에서 시작했다. 널따란 창 앞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평화롭게 바깥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창밖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비행기, 잠시 쉬고.. 2021. 9. 24.
제주 신라호텔에서 온종일 먹은 후기, 근데 이제 숙박과 만취를 곁들인... 태형&진욱과 함께 오로라를 보러 가자며 모으던 돈을 싹 털어서 제주 신라호텔에 다녀왔다. 우리는 일 년 전부터 오로라를 보러 가기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었다. 코로나 녀석이 어마무시한 대역병인 줄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아이슬란드로 갈지 캐나다로 갈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셋이 모인 단톡방 이름도 '오로라 자산운용'으로 비장하게 바꿔놓고 매달 돈을 부었다. 하지만 일 년 만에 우리는 오로라고 나발이고 일단 여행 갈증부터 해결하자는 결정을 해버렸고, 그 결과 3일 만에 365일 동안 모은 216만 원을 쓰고 왔다. 작은 돈이지만 일 년간 모은 우리를 최대한 귀하게 여기고 싶었다. 한국에서 5성급 호텔에 가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여름에, 그것도 주말에 다녀올 일은 평생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 2021. 8. 2.
스위트호텔에 묵고서 신라호텔만 마음에 간직하고 온 사연 3월 말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에 중문에 머물렀고, 그것은 아주아주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중문이 아주 멋진 동네이기 때문이다. 나는 5년 전 중문에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고 그저 올레길을 걸었다. 그때도 풍경이 아주 멋지다고는 생각했지만 걸어서 지날 뿐이었기 때문에 크게 느끼진 못했다. 이번에 2박 3일 동안 머물면서는 중문이 감동적으로 멋있는 동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스위트호텔이라는 곳에 묵었다. 이곳은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호텔이다. 으리으리한 두 호텔 사이에 귀엽게 자리 잡고 있다. 5성급 호텔이라고는 하는데 묵어보니 '5성급 기준을 갖춘 호텔'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5성급 호텔에 가지고 으레 가지고 있는 통념이 그다지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 2021. 4. 7.
뻐렁치는 날씨와 함께한 제주도 여행 지난달, 친구들과 제주도에 다녀왔다. 지난 태국 여행 이후에, 우리가 다시 여행을 함께 갈 수 있는지 없는지에 꽤나 큰 논란이 있었으나 무사히 다녀왔다. 화창한 날씨가 내내 계속됐다. 그냥 좋다고만 말할 날씨가 아니었다. 아름답다는 말이 울컥 쏟아져 나오거나 괜히 슬퍼질 정도로 쾌청했다. 그런 날씨 덕에 사사로운 기억이나 감정은 금세 뒷전이 됐다. 좋았다. 나와의 긴 여행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친구들은 어땠는지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도 충분히 좋았기를. 쾌청한 날씨에 더불어, 편안한 이동까지 여행의 질을 높였다. 다섯 명 중에 두 명이 운전을 할 줄 알았고, 그들 덕에 차로 남과 북을 동과 서를 편히 오갔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김영갑 갤러리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가던 차 안에서 보던 노을을 생각하..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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