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주일 만에 나왔다.
몸을 일으키기는 일이 뭐 이리 힘든지 모를 일이다. 요 며칠간은 설거지를 하는 정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오늘은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에게는 차가 있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차로는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이 이어졌다. 덕분에 아주 커다란 카페에 왔고 멋진 이곳이 만족스럽다.


태국에 다녀오면 뭐든 할 수 있게, 하고 싶게 마음이 바뀌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여전히 몸을 일으키는 데에 큰 에너지가 필요했고, 필요한 에너지는 곧잘 생겨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제는 설거지를 할 에너지가, 오늘은 나아가 집밖으로 나설 에너지가 솟아났으니 이만하면 다행이다. 내일은 또 다른 무언가를 할 힘이 어디선가 솟아났으면 한다.

밀린 숙제가 잔뜩이라 힘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출기한이 이 삶의 끝인 숙제들이라 늦게나마 제출할 수 있다. 숙제를 하면 뭐가 좋냐면, 기대치 않았던 기분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오늘의 숙제 ‘집에서 나서기’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커다란 카페로 가는 길의 전부. 늦은 오후의 기운 태양이 비추는 나무와 풀과 꽃들이 정말 아름다웠고, 도경수의 새 앨범이 너무 좋았다. 음악을 크게 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평온함.
이 감상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 무엇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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