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블로그에 놀러 오라고 인스타그램 바이오에 링크까지 걸어두고서 글은 도통 쓰지 않는다. 집에만 있어 쓸거리가 없나 생각했지만 이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영상처럼 그림을 만드는 일도 아닌데, 그냥 노트북 앞에 앉거나 눕기만 하면 되는데. 글은 생각을 해야 해서 귀찮다. 생각 없이 주어진 일만 겨우 하는데 글을 쓸 짱구가 돌아갈 리 없다. 하지만 대중에(네?????;;;) 나의 글쓰기 습관을 공표한 이상 쓰지 않을 수가 없어 이걸로라도 써보겠다.
모든 글쓰기가 괴롭다.
과제, 일기, 편지, 간단한 메모까지. 어렵지 않은 것이 하나 없다. 전에 워드를 '넷플릭스' 네 글자 적어놓고 10시간 동안 머리를 쥐뜯은 적이 있다. 울먹이면서 겨우 완성하고 제출했던 과제다. 뿐만 아니라 한 줄짜리 메모를 적고도 이상해서 자꾸 쳐다본다. 이것저것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그러고도 이상해서 없애버리기도 한다. 그나마 덜 괴로운 건 편지다. 상황이나 마음을 그림 그리듯이 적으면 조금 쉽다. 그리고 보통 문장이 괴상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사람들에게 주기 때문에 덜 괴롭다. 어렸을 때부터 괴로웠고 대학을 다니면서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6년이 훌쩍 넘어갔는데도 졸라 어렵다. 4학년 2학기엔 모든지 능숙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줄곧 한 글쓰기 조차 못 한다. (사실 다른 대부분의 것들은 더 못 한다. 너무 ㅎㅌㅊ 같아잉.......ㅠ

우발적 글쓰기는 가능하다
속에서 얼큰하게 하고 싶은 말이 솟구칠 땐 잘 써진다. 실은 그것도 언제나 세 차례 이상의 탈고를 거쳐야 읽을 수라도 있는 글이 된지만, 그래도 후루룩 써지는 게 어딘가 싶어 감사하긴 하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올릴 땐 나도 일단 쓰면서 웃기고, 니주와 오도시를 계속해서 고민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 기사나 유튜브 댓글에서 누가 빡치게 해도 참 잘 써진다. 내 감정이 어느 방향으로든 요동쳐야 가능한 것 같다.
우발적으로 감정이 요동치기엔 요즘 그저 평화롭다.
그리고 잃고 싶지 않은 평온함이다. 매일 아침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 빨래를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사실 오늘처럼 쾌청한 날씨에는 가슴이 뻐렁치기도 한다. 지금은 햇빛에 말라가는 빨래를 구경하며 뻐렁치는 마음을 누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이게 너무 충만하고 감사하게 여겨진다면 글쓰기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전에도 혼자 사는 일에 기뻐하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2020/09/09 - [우발적 글쓰기] - 다시 혼자 사니까 좋다)

집에 머물며 열심히 짱구를 굴려 적을 수 있는 글감을 찾아오겠습니다.
계속해서 다시 찾아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쓰고도 싶고, 친구들을 만나서 나눈 대화에 내 생각을 덧대 써보고도 싶다. 하지만 언제가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하겠지만 그래도 계속해봐야지. 요즘 내가 하는 청소와 빨래처럼, 글쓰기도 건조하게 해내고 쬐애끔 뿌듯해지는 루틴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저는 아직이고 배가 고픕니다. 당근을 씹어 먹으며 뭘 먹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부디 빨리 다음 글을 떠올리길 바라며 용두사미의 사미 같은 이 글을 끝내보겠습니다.
맛있는 식사 하세요~
'용두사미 > 글쓰기에비장하면X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왜 종종 글이 쓰고 싶을까 (0) | 2023.01.27 |
---|---|
글쓰기에 비장하면 좆된다 (3) | 202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