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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하루의 면면

집들이, 3년이 지나도 한다

by 루트팍 2021. 12. 23.
와인잔을 든 정민과 주무시는 예은과 나와 사진을 찍는 세원

첫키스만……..아차차 집들이만 50번째

(구)빛이랑 횐님들이 이사한지 3년이 훌쩍 넘어서야 집들이를 오셨다. 웬만한 친구녀석들 수 십번씩 오간 나의 허벌하우스에 이들은 처음 방문했다. 집들이라고 별개 있지는 않았고 같이 밥을 사먹고 술을 마시고 했다.

이들이 늦은 방문을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자취를 시작할 무렵, 이들과 잠시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민 가라사대 1224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224사태는, 분노가 내 삶을 지배하던 2018년에 넘쳐나는 분노가 애먼 이 친구들에게까지 끼쳤던 사건을 말한다. 자세한 내용은 너무 수치스럽게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여튼 다시 한 번 송구스럽고 죄스럽고 미안하다.



1차는 집앞에 있는 비스트로에서 치뤘다. 이곳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말 귀한 식당이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맛이 좋다. 특히 샤인머스켓과 딸기 위에 하몽을 올린 메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친구들도 모든 메뉴를 맛있게 먹어주어 뿌듯했다. 네 명이서 와인 두 병을 비우며 도란도란 근황도 이야기 하고 1224사태에 대해서도 복기하고…..그랬다.




2차는 우리집에서 이루어졌다. 편의점에서 와인 세 병과 과자 세 봉지를 사서 집에 들어와 닭발도 주문했다. 미아의 명문 [신라의 닭발]을 주문했는데 정민이가 신라의 닭발 딸래미 찬스로 푸짐하게 한상을 차려주었다. 여기에 예은이가 사온 에그타르트와 빵까지 곁들이니 술이 술술 들어갔다. 집에서는 온갖 연애 이야기와 보광동에서 게이가 될 뻔한 이야기와 ……다시…. 1224사태에 대한 고견이….오갔다. 이야기가 길어져 와인과 맥주를 더 사다가 먹었다.



우리 중 술이 가장 약한 예은이가 머리가 아프다며 몸져누웠고, 그 다음엔 정민이가 안락의자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세원이와 나는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한 주가 지나 내용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고 세원이의 모습만 기억이 남는다. 골무를 뒤집어 쓰고 아수라백작 같은 니트를 입은 세원이. 아직도 그 니트가 킹받는다. 핵어이없게 생겼다. 갑자기 왼쪽 팔에서 직조가 바뀌면서 아수라백작이 되는 요상한 모양이다.



새벽 시간에 친구들은 떠났다. 술자리를 치우려는 친구들이 고맙기도 했지만 얼른 혼자 있고 싶어서 내버려 두라고 윽박을 질러 내보냈다. 참 재미있는 하루였다.


내 집에서의 저녁은 어땠니 얘들아? 다음에도 와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