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용두사미/하루의 면면

[풍경맛집] 국민대학교, 필히 계절마다 방문할 것

by 루트팍 2021. 9. 6.


나의 모교 국민대학교는 아름다운 캠퍼스 풍경으로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유명하다. 거짓말이고 그냥 내가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좋아하는 풍경이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함께 대학 생활을 한 모든 친구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니까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앞으로는 북악산, 뒤로는 북한산의 찬란한 변화가 뚜렷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맞은 겨울, 어느 날의 기억이 아주 또렷하다. 캠퍼스 주변으로 온통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산자락은 온통 흰색이었고, 캠퍼스도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라면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수업이 진행 중이었는지, 여섯 시에 가까워 모두가 하교한 시간이었는지 캠퍼스가 아주 고요했다. 나는 북악관에서 정문으로 내려가는 어드메였는데 주위로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서서 눈으로 덮인 북악산과 운동장을 구경했다. 국민대는 이런 식으로 풍경이 아름다워서 멈추어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매 계절마다 있는 곳이다. 캠퍼스의 풍경은 따지고 보면 학기 당 354만 원짜리 풍경이었는데 가성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쉽지 않은 만큼의 역할은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한 명의 재학생, 한 명의 수료생, 그리고 두 명의 졸업생이 함께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다. 캠퍼스 투어를 하자는 말이 얼마 전부터 나왔는데 오늘에서야 시간을 맞춰 할 수 있게 됐다. 일정은 복지관 카페 나무 투어 브리핑, 운동장에서의 북한산 조망, 본부관 관람, 북악관 투명 엘리베이터 왕복, 성곡동산에서 캠퍼스 내려다보기, 도서관 뒷길 걷기, 지하세계까지 내려가기 순으로 진행됐다. 정민이가 나를 가이드라고 칭하길래 얼떨결에 가이드인 척을 하고 급하게 짠 일정이다. 가이드인 척을 조금 하고 보니 진짜 가이드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대학교의 캠퍼스는 부지 자체가 크지 않다. 또 대체로 여러 개의 건물이 한 층을 이루고 있고, 그런 층이 대충 세 개로 이루어져있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구경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북악관 투명 엘리베이터 왕복 일정이 가장 재미있었다. 15층까지 향하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면 성북구부터 저 멀리 강동구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1학년 때부터 잠실 롯데타워가 켜켜이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뷰 포인트로 애용했는데 오랜만에 탑승하니 그때의 생각도 나고 좋았다. 세원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발장난을 하는 바람에 무서워져 금방 내려올 수밖에 없었지만 여튼 좋았다.




성곡동산에서 내려오면서 용두리 근처에서 사진도 찍었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 찍는 사진이었다(아닐 수도 있다. 만취와 숙취 때문에 함께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날아갔을 수도?). 코로나19 이후로 수 십 킬로의 증량이 이루어진 후로 사진 찍는 일이 늘 고통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신이 났다. 화창한 날씨와 추억과 아름다운 캠퍼스의 풍경이 함께여서 그랬던 것 같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서는 지하세계를 쭉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새로 생긴 음식점, 이제는 없어진 음식점, 아직도 그대로인 음식점 얘기를 나누었다.



지하세계의 끝자락까지 재잘거리며 걷다가 171번 버스를 탔다. 학교에 입학해서 줄곧, 성신여대로 가고 싶을 때는 지하세계에 가서 171번 버스를 탑승하는 경로를 가장 많이 택했던 것 같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성신여대입구역에 있는 태조감자국으로 갔다. 태조감자국은 신입생 때부터 오갔기 때문에 추억이 많은 곳이다. 그곳에서 즐겁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선 카페에 가서 실컷 떠들었다.


아주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다 됐고 예은이가 애플워치를 애플워치라고 말한 게 가장 웃겼다. 정민이가 예은이의 애플워치 화면을 가리키며 그 내용을 물은 것인데 예은이는 "애플워치야"라고 대답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우리 모두가 박박 웃어댔다. 웃다가 "아니 그럼 그게 샤오미 미밴드냐?"라고 말하고 마저 웃었다. 눈물 나도록 웃겼다. 예은이가 이런 전적이 더러 있더라고 말하며 오래도록 웃었다. 쓰는 지금도 너무 웃기다.



카페에 앉아있다가 걷기로 했다. 세원이가 성북천을 따라 걷다가 청계천이 나오면 다시 동묘앞역까지 가서 헤어지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미친 활동량을 소화하는 사람이기에 금방이라는 그의 말을 도저히 믿지 못하고 지도 어플을 켜 확인했다. 그가 말한 것보다 배는 멀고 오래 걸리는 코스였지만 헤어지기 아쉬워 걷기로 했다. "저기까지만", "저기 저 건물까지만" 하는 세원이의 말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걷는 사람처럼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걸었다. 성북천을 따라 청계천을 따라 아주 멋진 해질녘의 풍경들이 있었다. 동묘앞에 도착하니 땀이 흠뻑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버스를 타고 친구들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