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일기1 기다란 무기력을 건너 재미있는 일상을 되찾았다고 콧노래를 부르며 여름을 보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무기력해졌고 그 일상은 사라졌다. 겨우겨우 눈앞에 놓인 일들을 해치우거나 혹은 해치우지 않거나 하며 가을과 초겨울을 지나왔다. 지금은 겨울의 한복판이고, 늦은 여름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그때처럼 지내고 싶다. 그간 무럭무럭 잘 자라던 고낙이(나의 고수 화분)가 시들어 죽었다. 내가 내 삶에 무관심해지니까 즐겁던 청소와 빨래도, 화분 돌보기도 하지 않게 됐다. 여느 무기력한 때와 다름없이 과제도 제때 제출하지 않았고, 종종 수업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ZOOM을 켜고 그저 듣고만 있으면 될 일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출석만큼이나 결석이 손쉬운 온라인 강의. 눈을 뜨고 움직이지 않겠다는 조그만 결심으로도 결석을 할 수 있었다. .. 2020. 12. 26.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