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Never Die와 우울의 장점

트리플에스의 새 노래 ‘Girls Never Die’는 최근에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노래들 중 하나다.
나는 이 노래가 아주 큰 힘을 가진 노래라고 생각한다. 위기의 당사자이면서 주변인이기도 한 트리플에스가 말을 전한다. 24명이나 되는 그들이 서로에게 해주는 말 같으면서도 그 말이 듣고 있는 나에게 분명히 향한다. 곡의 시작에서 ‘다시 해보자’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내 팔목을 붙잡고, 곡의 끝자락에서 ‘다시 해볼까?’라고 물으며 같이 앞으로 내달리는 기분을 준다. 죽지 않겠다고 죽지 말자고 꿋꿋한 기세를 보여주는 이 노래가 참 좋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이 노래를 들으려는데 ‘다시 해보자’라는 말에 눈물이 쏟아졌다. 책을 읽으려고 재생했는데 읽지도 못하고 울었다. 내가 많이 우울한가 보다 생각했다. 어떤 콘텐츠를 보고 울음이 나오는 정도를 우울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데 꽤나 정확한 것 같다. 바로 엊그제까지도 몸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으니까.

우울은 없는 게 따봉이지만 그래도 나름 장점이 있다. 일시적으로 위기와 고난을 겪는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다른 우울한 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그렇다.
이 장점은 때때로 우울이 더 깊은 곳을 향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는 우울 혹은 고난의 동료들이 내 곁에서 나와 함께 버티고 있다는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사정으로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일단 버티고 나아간다는 공통과제를 받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 어느 짧은 시간이라도 다른 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참 좋다.
Girls Never Die를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의 한복판에 와있다. 불안하고 고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곁이 기꺼이 되어준 트리플에스에게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이 노래가 이 노래를 부른 트리플에스에게도 그렇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