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우발적 글쓰기

운전 = 죽고 싶은 마음 + 살겠는 마음

루트팍 2023. 3. 18. 14:45

블루보틀 창으로 보이는 멋드러진 풍경

 

새 차를 샀다. 열심히 이리저리로 차를 몰며 다니고 있는데 운전 참 묘하다. 달리며 풍경을 볼 땐 살 것 같다가도 급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생길 때마다 죽고 싶어 진다. 한 달이 안 되는 시간 동안 1,100킬로를 운전했는데 이제까지 살 것 같은 날 매일과 죽고픈 날 거의 매일이 있었다. 오늘도 브레이크를 너무 늦게 밟은 바람에 앞차를 박을 뻔했다. 앞차찡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그래도 죽고픈 때보다 살겠는 마음이 커서 매일매일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날이 좋을 때 바닷가를 주욱 달리면서 인피니트나 러블리즈 노래를 들으면 신이 아주 난다. 비가 올 땐 괜히 곽진언 노래를 틀고 슬퍼하기도 한다. 차 안에서의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마음이 다 내 거라서 너무 좋다. 

 

아주 귀여운 수국의 어린 이파리

 

이제까지 삶의 커다란 경험들과 마찬가지로, 차와 운전이라는 귀중한 경험도 엄빠가 선물해 줬다. 욕심은 나지만 선뜻 저지를 수 없는 일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해결사가 되어준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매 도움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앞으로는 스스로 해보라는 꾸지람과 응원이 뒤따르는데, 이번엔 저어어엉말로 그 응원대로 해보려고 한다. 운전을 하니까 찐어른이 된 것 같아서 기세등등한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고작 타이어 바퀴를 굴리는 일로도 이런 우쭐함을 느낄 수 있다니 운전 참 좋다. 살 것 같은 마음이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