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종종 글이 쓰고 싶을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어디선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그 욕망은 잔잔한 생각만으로 지나가기도 하고, 울컥 하나의 문장이나 글이 될 때가 있다. 반대로 글이 쓰기 싫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호텔에 다녀오면 글을 적는 것이 관례가 되어, 호텔에 묵고 와서 한참을 쓰기 싫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하기 싫다고 생각한다. 대만에 다녀온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대만 여행을 글로 쓰고 싶지 않아 괴롭기도 하다. 누칼협?
쓰고 싶지 않다는 것도 결국엔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이번에 대만으로 가는 짧은 비행 동안 예전에 내가 메모장에 남겨둔 글들을 읽었다. 기억에도 없는데 내가 쓴 게 분명한 글들이 많았다. 완벽히 잊고 있던 과거의 내가 쓴 글이었다. 더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고 예전처럼 글을 자주 적지도 않아서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동시에 너무 재미있기도 했다. 과거에 한 아무 쓸모 없는 생각들인데도 너무 흥미로워 콘텐츠로서 아주 훌륭했다. 비행기에 탈 때 감상할 책도, 영상도 준비하지 않아 너무 지루한 나머지 보게 된 거였는데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쓰고 싶나? 아주 먼 미래에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진 내게 만족스러운 콘텐츠가 될 것은 분명하니까. 뿔이 단단히 나서 쓴 글도 있고 날아갈 정도로 행복해서 넘쳐나는 마음으로 쓴 것들도 있고, 아니면 진짜 대충 구름 모양을 적어둔 것도 있다. 그런데 모조리 재밌으니까. 앞으로도 쓰는 버릇이 계속되길. 아 근데 대만 여행 존나 쓰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