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아부지를 찾아드렸다
어제 커다란 개가 손님을 쫓아 가게 입구까지 왔다. 개를 달고 오신 손님들은 쫓기듯이 가게로 들어와 앉기도 전에 개가 쫓아온 사연을 알려주셨다. 올레길을 걷는 본인들을 한 시간 동안이나 쫓아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손님은 앉아서 주문을 하시고도 '내가 그렇게 좋나?'하고 자의식이 약간은 과장된 말을 계속 되풀이 하셨다. 그러던 와중에 뒷테이블에 있던 천사손님이 나가서 그 개를 돌보기 시작했다.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개였다. 날이 무척 추웠는데도 천사손님이 들어올 생각도 안 하시고 개를 돌보시기에 나가보았다. 천사손님은 단체에 연락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제주에도 서울의 다산콜센터 같은 곳이 있다. 064-120을 누르면 되는데 그곳에 전화하니 바로 유기견 구조를 신청해주셨다. 일사천리의 행정에 감동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니 제주시에서 구조원이 오셨고 곧바로 칩을 검색해 주인을 찾아내셨다. 또 한 번 행정시스템에 감동하는 지점이었다. 목줄을 빌리러 갔던 곳에서 단체에 가면 일주일 뒤에 안락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쫄아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커다란 개의 이름은 대박이었고 성산읍 온평리에 사는 아이라고 했다. 이름을 알게 된 시점이 마침 브레이크타임이 시작된 후여서 대박이와 천사손님, 구조원, 톰톰카레 임직원 전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대박이 아부지를 기다리게 됐다. 어떤 사람을 봐도 신이 나서 난리법석이 나고 쫓아가던 대박이가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 두 시간이 넘도록 길길이 뛰며 난리던 아이가 엎드려 턱을 괴기까지 했다. 물론 중간에 사람이 손짓이라도 해주면 금세 흥분하긴 했지만 그 정도면 괜찮았다. 두 시간 동안 정말 힘겹게 부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기다리자 대박이 아부지가 오셨다. 대체 사람만 보면 난리난리인 이 개가 주인을 만나면 얼마나 난리일까 봤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차분하게 주인의 부름에 쫓아갔을 뿐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지극히 좋아하는 건지 주인과의 유대가 좋지 않은 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뜻밖의 리액션에 당황했다. 황망한 표정을 지으시던 주인 분이 죄송하다며 오만원을 건네고, 우리는 또 그걸 대차게 거절하는 퍼포먼스가 한 차례 일어난 뒤에야 대박이 아부지 찾아주기 대소동이 끝났다.
일단은 주번의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그 천사손님은 본인을 쫓아오지도 않은 대박이를 추운 날씨에 두 시간이 넘도록 놀아주며 구조원을 기다려주셨다. 대박이가 주인과 함께 떠나는 것을 보고서 집에 가겠다고 본인은 아무렴 괜찮다시던 모습이 떠올라 아직도 죄송스럽고 감사하다. 일은 내팽개치고 밖에서 개를 지켜보던 나를 이해해준 톰톰 사장님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한 생명에 대한 조건 없는 관심과 노력을 마주한 느낌이고 그게 나를 신나게 했다. 덕분에 어제는 영업이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대박이와 대박이 곁에 있던 어제의 사람들 모두 건강하게, 기왕이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