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우발적 글쓰기
콘서타 복용이 부른 쾌재, 완독
루트팍
2022. 5. 3. 17:08
콘서타를 복용하고 나서 집중력이 부쩍 좋아졌다. 초반에는 약이 주는 각성이 너무 신기해서 감탄만 이어갔는데 요즘은 그걸 활용해보려고 하는 중이다. 콘서타 처방 직전까지 거의 사라진 집중력 때문에 책을 읽기는커녕 책을 읽으려는 시도조차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피로감이나 무기력을 느끼는 강도와 빈도가 줄어 한 챕터 정도 읽는 건 거뜬하다.
지난 주에 가볍게 에세이 '보통 남자 김철수'를 읽고 나서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읽었다. 에세를 후다닥 읽고 난 후라 이 책도 그렇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갑자기 길고 복잡해진 문장이 당황스러워 그러지 못했다. 한 챕터씩 두 챕터씩 나누어 읽다가 방금 모조리 다 읽어 내렸다. 책에 뼈를 처맞아 마음은 아프지만 성취감이 꽤나 커서 퉁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자아와 무기력을 진지하게 설명한다. 이렇게 진지할 줄은 모르고 사서 조금 후회했다. 무기력을 투영과 분노로, 분주함으로 가리려는 내 모략이 다 들켜버렸다. 자기 인식에 도움이 됐겠지.....? 아니면 그냥 뼈 맞고 멍만 든 걸 테니 그런 척해야지.
책을 읽다가 눈이 아프면 창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나무를 쳐다봤다. 연두색인 나뭇잎을 보고서 '조금 있으면 초록색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서 몇 십분이 지나고 다시 쳐다봤을 때 연두색에 노란빛이 잔뜩 더해져 놀랐다. 해가 기울어 햇빛을 많이 받은 나뭇잎이 옅고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초록은 아주 나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