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하루의 면면

이럴거면 호텔 리뷰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다 -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

루트팍 2022. 3. 25. 23:51

현호와 함께 JW 메리어트 동대문에 머무르고 있다.
네고왕 여기어때 편을 인상 깊게 본 나의 광클에 현호의 은덕이 더해져 묵게 됐다. 저렴한 호텔의 가볍게 룸 온리 상품으로 시작해서 수영장은?, 조식은?, 라운지는? 하는 질문을 하다가 종국에 이곳으로 오게 됐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은 화려한 고층 빌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동대문 바로 앞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어 근처를 지날 때마다 눈을 끌던 호텔이다. 그럼에도 호텔을 알아볼 때 왠지 선택지로서 우선이 됐던 적이 없다. 30퍼센트나 할인받을 기회가 생기니 드디어 눈에 들어왔다. 멋들어진 수영장과 그럭저럭 괜찮은 라운지를 이용하는데 23만 원이라니 굉장히 합리적으로 느껴져서 예약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직원분께 방과 라운지에 대한 세세한 안내가 가미된 에스코트를 받았다. 그러고서 바로 라운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으며 현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체크인을 두 시간이나 일찍해서 그런지 한 시간이 넘도록 혼자 조용하고 여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 흐리지만 포근한 날씨에 좋은 음악이 함께하니 매우 호사스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현호가 도착하고서 함께 라운지에서 얘기를 하다가 바로 수영을 하러 갔다.



수영장의 호사스러움은 라운지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주 본새 나는 수영장이었다. 샹들리에와 거울과 도자기와 시퍼런 조명까지, 수영장의 본새를 위해 충분히 역할한다. 사진을 찍기도 아주 좋은데, 적당히 깊고 아주 기다란 것이 수영만을 즐기기에도 아주 좋았다. 현호와 나는 두 마리 물개가 되어 어푸어푸 놀았다. 웬일인지 사람들이 없어 더욱 요란스럽게 활개 칠 수 있었다. 하나 있는 수경을 주고받아가며 자유롭게 수영을 했다. 둘 다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영법을 고수하기에 죽기에 딱 좋지만 용캐 잘 놀고 나왔다.




수영을 하고 나오니 딱 해피아워 시간이 되어 라운지로 가서 갖가지 술과 음식을 먹었다. 옴팡 취하게 먹지 않고 나온 것이 대견스럽다. 배는 옴팡 불렀지만 취하지는 않았으니 여튼 만족스러웠다. 밥을 다 먹고 커피 한 잔씩 뽑아 야외 테이블에서 떠들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까지 앉아있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반신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니 현호가 룸서비스를 시키자고 했다. 돈을 벌더니 언제 이렇게 씀씀이가 커진 건지 자기가 사겠다며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며 의기양양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룸서비스로 시킨 이 치킨이 생일선물이라고 말하는데 괜히 먹었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팟타이도 시킬 걸 그랬나 싶기도



머릿 털 나고 처음으로 미니바에서 사이다를 꺼내먹어 봤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현호 연봉이 매년 가파르게 올라 다음엔 조선 팰리스에 데려가 줬으면. 그럼 개 썩은 케이팝
을 높은 출력으로 듣는 것도 아주 잘 참을 수 있는데



내일 조식이 만족스럽지 않대도 이미 충분하다. 물론 진짜 별로면 말이 바뀔 예정이다. 그냥 지금 마음가짐이 그렇다. 현호와 온종일 ‘성공하자!’를 주문처럼 외웠다. 성공해서 격주로 5성급 호텔을 오고 싶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위해 갓생 살아볼 예정이다.

아니 그나저나 최근 쓰는 글이라곤 호텔 다녀온 이야기 뿐인데 호텔들은 내게 리뷰를 맡겨달라. 그리고 방도 달라. 라운지 액세스도 달라. 원고료도 달라. 돈 받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아니다 그냥 갓생 살고 내 돈으로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