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기억
2020년 1월 11일의 일기/ 슬로베니아 피란에서
루트팍
2022. 2. 9. 11:04
일어나서 곧장 커피를 마시러 갔다. 옆에 있는 식당이 열 때까지 앉아있었다. 식당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값이 싼 고기구이와 와인 4분의 1리터를 마셨다. 배가 부른 채로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륜형과 110분 동안 통화했다. 륜형이와는 매번 비슷한 애기를 매번 비슷한 분량으로 말한다. 마치 의식 같다. 때가 되면 이런 통화를 한다. 이것이 륜형이에게는 어떤 효용이 있는 줄은 모르겠다. 내게는 안정감을 준다. 물건을 잃어버린 줄 알고 불안해 하다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그것을 확인하는 기분이다. 내게 좋은 친구인 것 같다. 더 친절하게 대해야지.
피란에는 3일째 있는데 질리는 것 없이 좋다. 바다가 정말 넓고 파랗다. 바다 앞에서 점심밥을 먹으며 바라본 바닷빛이 내 청바지 색깔이었으면 좋겠다. 매일 입고 싶을 것 같다.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며 푸른 바다를 오래 봤다. 삼일 동안 원없이 볼 줄 알았는데, 그렇게 보고도 원없지 않다. 계속 보고 싶다. 원래 내일 첫차를 타고 류블랴나로 가려고 했으나 조금 늦춰야겠다. 바다를 더 보다가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