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기억

또 가고 싶다, 피란

루트팍 2020. 8. 24. 02:36

 

 

 

 

졸라 여행가고 싶다

내가 지금 있는 곳으로부터 멀고 날씨가 좋은 곳이면 좋겠다. 거기에 바다까지 가까운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요즘 1월 초에 갔던 피란이 많이 떠오른다. 피란은 슬로베니아의 몇 안 되는 해안 도시이고, 내가 수도 류블랴나에 3일을 머물고 나서 찾은 도시다. 그때 여름에 꼭 다시 와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 여름에 다시 갈 수 있을지 참 의문이다.

 

 

 

 

언덕 위 성 조지 성당에서 바라본 바다. 이탈리아 방향.

 

 

 

   피란은 바다가 디지게 멋있다. 이곳에 3박을 머물면서 바다를 아주 실컷 봤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나가서 보고, 바닷가 앞에서 점심을 사먹으면서 보고, 매일 해질 무렵에 가장 높이 있는 성당에 가서 봤다.

 

   성당 옆 광장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탈리아 땅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 방향은 아래로 마을이 위치한 반대편과는 다르게 해안 절벽에 해당한다. 절벽 앞부터 곧장 시퍼런 바다가 시작되고 그것이 너무 넓어서 약간 무섭기도 하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멀리 이탈리아 땅에서도 불빛이 밝아온다. 그러면 이쪽 바다는 더 서슬퍼렇게 변해 더 무서워진다. 무섭지만 웅장하고 빛깔이 아름다워 매일 빼놓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쳐다봤다. 

 

 

 

 

 

성 조지 성당에서 바라본 크로아티아 방향 바다. 그리고 피란의 마을

 

 

 성당 옆 광장에서 남쪽을 바라봤을 땐 완전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붉은 지붕을 가진 건물이 빼곡하게 늘어져있고 반대편에 비해 옅은 색을 띤 바다가 있다. 이쪽 방향으로 해가 지기 때문에 해질녘에 오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방향 담에 걸터 앉아 일몰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라고 해봤자 매일 10명 내외였다. 피란의 여행 비수기 중 비수기였기 때문에 매일 평온하게 석양을 감상했다. 이 일몰이 요즘 특히 많이 생각난다. 그래서 졸라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피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다. 

 

 

 

 

 

각각 바닷가 카페와 음식점에서 찍은 사진

 

 

   피란이 좋은 점이 또 있다. 밥값이 싸다. 슬로베니아에 왔을 때는 연말연시 2주를 파리와 런던에서 지낸 덕에 매우 궁핍한 상태였다. 류블랴나에서는 점심에 와인과 2코스 요리를 즐기려면 적어도 22유로 가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거의 맥주와 누들 조합으로 10유로 내외 지출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피란에서는 대체로 17유로 정도로 맛있는 와인과 2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5유로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멋스러운 바닷가 뷰도 고려한다면 매우 저렴하게 느껴졌다. 해가 쏟아져 홍조가 잔뜩 돌고 얼굴이 터질 것 같아도 매일 점심은 바닷가 앞 테라스 좌석에서 먹었다. 그러면 5유로 더 버는 것 같아서.

 

 

  여름에 다시 가서 100유로 더 벌어오고 싶다. 매일 점심 저녁 테라스에 앉아 와인 반병을 털어먹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와인 한 병 사들고 가서 일몰을 보면서 퍼마시고 싶다. 여름엔 해가 훨씬 늦게 지니까 오래 앉아 있을테고 술이 얼큰하게 올라 지는 해를 훨씬 더 좋게 기억할 수 있겠지.

 

 

누구 여름에 피란 갈 삼백만 원만 빌려줄 사람 구합니다.